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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형 애착 (공포회피형): (1) 나는 어떤 사람일까애착 2023. 9. 16. 19:55
혼란형 애착인 나의 마음의 창, 거절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
세상을 인식하는 마음의 창. 과거의 경험에 의해 형성된 개인적 인지구조를 심리학에선 스키마(Schema)라고 부른다.
나는 "남들은 나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거야",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남들이 나의 요구를 들어줬으면 해", "내가 원하는 것을 반드시 얻고 싶어"하는 근본적인 갈망이 있다. 뒤섞인 양가적인 인식, 감정, 나의 욕구, 나의 바램
3년을 넘는 심리상담을 통해 간신히 알게 된 세상을 향한 나의 마음의 창이다. 이것은 거절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을 가지게 하였으며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나의 인간관계를 지배해 온 무의식이었다. 이런 나 자신을 알아내는데 무려 3년의 시간을 썼다... 어마어마한 비용은 덤… 우스갯소리로 상담 선생님께 있어 나는 꾸준히 상담을 나오지만 자신을 굉장히 어렵게 하는 빌런이라고 한다… 그렇게 힘드셨나요…? 시간이 허락된다면 '상담기'도 써 볼까한다.
혼란형 애착인 내가 사는 법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에선 정말 나이스한 사람 그 자체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인간 관계는 일반적인 회피형의 모습을 하기에 쿨하고 얽매이지 않고 좋은 성격을 보인다. 다만 상대와 친밀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문제지..
처음으로 인간관계를 맺는데 어렵다고 생각했던 건 대학생 무렵. 고등학생 때 까지야 반에 아이들을 다 묶어 놓으니 자연스레 친해졌지만 대학생 때부턴 달랐다. 예비 번호를 받고 간신히 입학한 나는 학교에서 정해준 조에 뒤늦게 들어갔지만, 수강신청 기간을 놓친 뒤였고 선배가 짜준 수업의 대부분을 실패한 채 조 동기들과 거의 따로 수업을 듣는 처지가 되었다. 게다가 술을 잘 못 마셨고 소심했던 나는 잦은 술자리가 부담스러웠고 이는 자연스레 사람들과 멀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아니 사실은 내가 불안해서 다가가지 못하고 피했던 거다. 그 당시 나는 나의 부족함이 당당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는 거절을 감당할 용기가 없었다, 지지대가 없었다. 그렇게 어렵게 3번째 학기를 다니다가 다 때려치고 리셋하자는 마음으로 군대로 도피했다. 군대를 간다고 별반 다를까.. 군대에서도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꽤나 컸다. 아마 일 머리도 없고, 성격이라도 개차반이었다면 하하.. 상상조차 하기 싫다.
전역 이후 나는 이 반복되는 불안함을 해소하고 싶었다. 최소한 사람들 사이에서 그 거지 같은 감정들을 자주 겪지 않기 위한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어찌보면 생존을 위해 노력했다.진실된 페르소나
그렇게 거절을 당하지 않기 위해 "거절을 당하지 않을 사람", “모두에게 받아들여지는 사람“이 되기 위한 오랜 노력이 시작 되었다. 처음에는 가면을 쓰고 연기했고, 결국 그 가면을 진실로 만들 때까지
20대 중반에는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나의 모습을 언제든 끌어낼 수 있도록 의식했다. 긍정적인 반응을 줬던 모습은 더 자주 비추고 부정적인 반응이 있는 모습은 오랜 연습을 통해 바꾸고 나를 깎아 나갔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나의 모습은 긍정적이고 밝고 귀여운 모습. 사람들과 잘 이야기 하기 위해 많은 이야기거리를 가지게 되었다. 소심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떨리는 심장을 누르고 조별 과제 발표도 했다. 50명 앞에 나가서 광고하는 것도 피하지 않았다. 그나마 겉이라도 멀쩡해서 그런지 사람들은 나에게 많은 것을 맡겼다. 이것들은 성장의 기회로 다가왔고 나는 이것들을 피하지 않았다.
점점 노련해져 갔다.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딱 나이스하고 적당한 모습. 누구나 싫어할 수 없는 나의 매력들. 30대가 될 무렵 공감 능력마저 장착하기 시작했다. 다른 건 몰라도 사회성 하나만큼은 정말로 완벽해져 가는 과정들을 밟았다.
사람들을 만날 때 내가 파악하지 못한 사람을 알기 위해 상대의 행동을 항상 관찰하고 상대의 말과 행동을 분석하는 게 자연스러울 때까지 지겹게 반복했고. 나의 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피드백하고 항상 고쳐오는 작업을 반복했다. 이 때문에 나의 어떤 요구는 거절당하지 않을 것이고 어떤 것은 거절당할 확률이 높은지 알게 되었다.
이것들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너무 자연스럽게 대화가 가능하다. 30대 중반이 된 나는 상대로부터 편하다는 소리를 얼마나 많이 들어봤는지 이제는 이런 소리를 듣는게 지겨울지경. 모임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기에 많은 부분을 세심하게 챙길 수 있다. 세심하며 센스가 좋다는 소리는 이제 당연하다. 개인적으로 일 머리도 있고 여러 사람을 대하는게 어렵지 않으니 리더십은 덤으로 따라왔다. 하지만 동시에 이 습관들은 나를 피로하게 하며 예민함까지 같이 안겨주었다.
이 모습들은 전부 분명히 나이며, 동시에 두터운 껍데기다. 분명히 가짜는 아닌데 진짜도 아닌 거 같은 양가적인 느낌.이제는 끝이길 바랬다
몇년 전만 해도 나는 정말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고, 내 어려운 상처들은 다 극복했다고 생각했다. 애착의 문제를 극복한 특별한 아우라가 있는 바로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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